재벌기업의공익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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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 광고가 급증하는 이면에는 광고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언론 기업들의 계산이 가세하고 있다. 언론 기업은 공익성 광고를 상당 기간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유도해 광고 수입의 안정을 꾀하면서, 그 반대 급부로 광고료를 낮게 해 주거나 그런 캠페인에 동참하여 광고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사 형식의 광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언론 매체의 그런 상술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기업 이미지 광고는 정권의 이미지 정치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이나 환경 보호니 하는 당면 이슈들을 실질이 아닌 이미지로 대체하여 국민에게 문제 해결의 환상을 심어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재벌들의 기업 광고들 중 상당량이 직접적으로 공익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품의 차원을 뛰어넘어 특정 가치의 필요와 확산을 역설하면서 그것을 공익과 연결시킨다고 하는 점에서 넓게 보아 공익 광고에 해당한다.

'테크노피아', '휴먼테크' 광고로 대변되는 테크놀로지 지향적 광고는 테크놀로지 결정론에 근거한 정보 사회 이데올로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예찬되는 테크놀로지의 세계는 현실 세계의 모든 갈등을 흡수해 가치 중립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물론 특정 테크놀로지 뒤에 숨어 있는 경제적 실체는 은폐된다.

그런가 하면 거의 모든 재벌들이 '지구촌의 개척자'니 '세계로 꿈을 펴는 젊음'이니 하는 구호를 내걸며 국내에서늬 모든 갈등 요소를 은폐시키고자 하는 세계 지향적 광고에 몰두하고 있다. 미래 지향적 광고는 주로 21세기라는 단어를 남용하면서 현재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기반 위에서 미래만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이는 테크놀로지 지향적 광고 및 세계 지흉적 광고와 더불어 보수적 이데올로기의 선전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 지향적 광고는 전통적 가치에 근거한 일체의 문화 요소를 선전해 재벌의 기득권에 반하는 세력들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용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강조하거나 민족주의적 색채를 부각시킴으로써 마치 재벌들이 그런 가치와 이념의 구현에 앞장서는 듯한 효과를 내고자 한다.

재벌들의 기업 광고 공세가 대중들에 대한 기만이라는 것은 최근에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함에 따라 재벌들이 이른바 '그린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급조해 낸 환경 광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근의 국정 감사 자료에 의하면, 자연 보호 광고를 내보낸 38개 대기업 중에서 18개 기업의 58개 계열사가 수질 및 대기 등의 분야에서 허용 기준치 이상의 공해 물질을 배출하다가 조업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을 생각합시다. 인간을 생각합시다.', '수질 오염을 줄이는 저공해 세제를 만들고 있다.',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등의 구호는 보기에 산새의 지저귐처럼 얼마나 흐뭇하고 아름답게 들리는가. 그러나 이런 구호를 외쳐 댄 기업들 대부분이 국정 감사에서 처분을 받은 것이다.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홍보된 메세나(Mecenat) 운동도 공공 영역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화 진흥이 재벌들의 자선에 맡겨졌다고 하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메세나 운동이야말로 재벌들의 거대한 공익 광고와 결코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문화 부분에 지원을 하더라도 간접적 지원에만 그쳐야지 직접 문화에 뛰어들어 그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과욕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계 종사자들도 문화 행위의 소비주의적 시장 경쟁력에만 눈이 어두워 무턱대고 재벌들에게 손을 벌리는 그간의 관행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재벌들의 공익성 기업 광고는 앞으로도 계속 왕성하게 추진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들을 보고 듣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 비판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곧 재벌들의 기업 광고가 그들의 정치 경제적 실상과 적합성을 갖는지의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 나아가 잘 되고 못 된 경우에 따라 껴안거나 물리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런 운동의 실천을 위해 광고를 문화 투쟁의 전략적 요충으로 격상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 강준만, 재벌 기업의 공익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