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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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닐 때는 물론이고, 도서관, 시장, 서점, 술집, 친척집 방문... 모두 등산복에 등산화 차림이다. 결혼식장에 두번, 초상집에 한번, 심지어 우리 어머니 목사 안수 받는 자리에도 등산복을 입고 갔다.

등산복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편하다는 점이다. 셔츠, 바지, 점퍼, 신발 할 것 없이 몸을 조이거나 당기지 않는다.

몸만 편할 뿐 아니라 어떤 날씨라도 감당할 수가 있다. 갑자기 비가 오면 점퍼에 달린 모자를 끄집어 낸다. 그리고 유유히 걷는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는다. 소낙비 퍼붓는 날 자전거 타는 기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이 점퍼는 단순히 옷이 아니라 장비 수준이다. 환경스페셜? 할 때, 기회가 닿아서, 염가로 등산복을 단체구매한 적이 있다. 그 비싼 코오롱스포츠에서 바지, 점퍼, 등산화, 배낭 등등을 무더기로 샀다.

폭우가 퍼부어도 빗방울 하나 스며들지 않는다. 물론 몇 시간 동안 계속 내리는 비 속에서 시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히말라야 정도는 가야 되는 옷을 걸치고 그냥 도서관이나 정발산 정도를 오가고 있으니 호사도 이만저만 아닌 셈이다.

사시사철 등산복에 등산화만 입고 신고 다니다보니, 이제 다른 '정상적'인 옷은 별로 입고 싶지가 않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은 상종하기 싫으니까, 가방 속에 고어텍스 점퍼를 개어 넣는다. 언제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는 마음이 든든해진다. 비가 기다려진다.

거리에 비가 내리면 수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일제히 꺼내 쓰고 다니는 모습. 요즘의 내겐 상당히 이질적이다. 점심 시간 식당 옆 테이블에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한다. "비 오는 날엔 차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게 '문명인'들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일 게다. 내 생각은 반대로 간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지. 비 오는데 왜 차를 타나?' 점점 '자연인' 아니면 '야만인' 쪽으로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