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꿈꾸는 큰딸,

흙집을 짓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간직한 아들,

아직 세상이 아름다운 것으로만 가득차 있는것만 같아서 호기심 투성이인 작은딸을 둔 행복한 엄마.

3년째 중풍으로 누우신 시 할아버지,

퇴행성 관절염, 췌장염, 심근경색등 몸 전체가 아프신 시 할머니,

뇌출혈로 벌써 1년째 누워계시는 시 어머니,

병마의 손아귀에서 평생 벗어나시지 못하는 시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손부이자 자부인 변덕쟁이.

불협화음을 내던 남편과 점점 화음을 이루어가는 아내.

항상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싶지만

학기가 끝나면 그러지 못한 것 같은 후회를 꼭 하게 되는 어리버리 선생.

전통자수를 너무 좋아해서 지금까지 목단가리개, 아얌, 복주머니등을 만들었고

지금은 학가리개 수를 놓고 있지만 중단중....

할머니 될때까지 하고 싶은 것, 자수~!

몸과 정신까지 상쾌하게 하는 운동을 참 좋아한다.

지금은 주중은 스쿼시를 주말은 테니스를 하고 있다.

내가 져야할 책임이 가벼워지는 50 무렵엔 소음과 시멘트 소굴인 이곳을 떠나

흙과 나무가 가득한 시골살이를 꿈꾼다.

소박한 집,

소박한 살림으로 소박한 남은 여생을 보내며

욕심을 줄여나가다 죽음을 맞는 순간엔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이곳과 이별하고 싶다.

== 미루의 다락방 ==

=== ♥. 2003,8,15, 금요일. ===

마음이 가는 곳에 또하나의 내 공간이 생긴다는것이

오늘은 참 아늑하게 느껴진다.

소풍방이라는 홈피를 가지고 있지만

마치 이곳은

그토록 내가 갖고싶어하던 다락방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락방....

그래, 이곳을 내 다락방이라 부르자.

-다락방을 선물해준 성빈씨께 감사...^.*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눈물을 흘리게 되고

조그마한 것에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나이들면 눈물도 없어진다는데 어째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였나...

어제는 속울음을 토해내며 울었다.

잠시...

모든것을 놓아버리고

마치 탈진한듯이 꺼억꺼억~~~~

울다가 받은 전화....남편이다.

늦은오후가 될 때까지 밥을 한끼도 먹지 않았다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설때 먹은 생식을 제외하곤...

그는 집에 맛있는 반찬이 있냐고 묻는다.

맛있는 반찬.....나는 열무김치를 담았는데...아직 익지 않아서 맛은 없을거라고 대답한다.

그가 벌인 일로 인해서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수치심과 부끄러움과 절망에 괴로워 했지만

그의 전화는 아무일없다는 듯이 받는다.

말해서 무슨소용이 있을까...싶으니 아무말을 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에게 나는 아마도 그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를 따뜻하게, 묵묵하게 지켜주기로 마음먹는다.

이미 충분히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을테니..

밥을 먹으러 온다는 그를 위해 과외를 하러 가기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나는

식탁을 차려놓고 집을 나선다.

그가 좋아하는 그리 맵지않은 몇개의 고추를 된장과 함께 상포 밑에 밀어넣으면서....

=== ♥. 2003, 8,16, 토요일. ===

잠에서 깨어나 동굴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붉은 비단천 위의 새하얀 학 한마리....

어제 틈틈히 수를 놓았었다.

수를 놓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빈 도안을 채워가는만큼 생명도 함께 채워 가는 것 같다.

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님께 다녀왔다.

힘들다는 이유로 아버님을 한동안 찾아뵙지 못했더니

아이들이 가면 주시곤 하던 모아놓은 동전이 참 많다.

많이 반가우셨던지 아이들에게 만원짜리 지폐도 각각 한장씩 얹어주신다.

많이 부어계신다.

아직도 그 약을 끊지못하고 계시다는 증거이다.

돼지의 입맛을 좋게해서 잔뜩 살을 찌워 무게를 많이 나가게 하기 위해 먹이는 약.

뼈를 삭게 만드는 등 심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는 약인데

아버님은 그 약을 십년 넘게 아주 오랫동안 복용하고 계신다.

몸에 해를 가져오는 약의 복용과 비관적인 생각을 마음에 담고 계시니

저렇게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시는 건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두운 이야기들은 이제 피하게 된다.

아버님도 예전처럼 집안의 아프신 분들에 대한 것이라든지 남편의 일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

더이상 묻지 않으신다.

이야기 도중 딴 생각을 한다.

느껴지는 아버님의 외로움에 그동안 힘들다며 아버님께 소홀히 한 내 자신이 밉다.

또 다짐을 한다.

예전처럼 자주 찾아뵈어야지...

내가 좀 넉넉한 사람이라면 참 좋을텐데....

빗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내내.....비가 오면 참 좋을텐데....

동굴창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수를 놓으면 그 고요함에 나는 너무 행복해지니까....

=== ♥. 2003, 8, 17, 일요일. ===

 할아버지와 어머니 방의 불을 끄고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방문을 닫고 올라온 밤 9시 무렵부터 수를 놓기 시작하다가

진영이가 인터넷으로 보고있는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를 감탄해하며 함께 보다가

다시 동굴에 돌아와 수를 놓는데 잠을 자자며 녀석들이 나를 동굴에서 끌어낸다.

이부자리에 눕자마자 녀석들의 쌕쌕거리는 숨소리..... 모두들 꿈나라~. :)

가만히 빠져나와 또 수틀 앞에 앉는다.

 CD꽂이에서 듣고싶은 음반을 골라낸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악을 먼저 듣는다.

몇년전 참 많이 들었었는데...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함께 흘러나온다.

음악을 들으며 수를 놓다가는 조선대 홈피에 들어가 대학원일정표를 살핀다.

논문제출 날짜를 비롯 논문과 관련된 일정을 빨간색 펜으로 달력에 적어넣는다.

지금 처한 나의 상황이 여러가지로 힘든상황이지만 포기할까 했던 논문을 이번학기에 써보자고 결심을 한다.

시간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허락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힘든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학위논문의 수준에 관계없이 이 상황에서 학위논문을 써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라는 생각이다.

학위받기를 너무나 간절하게 바라시는 부모님....

개인적으로 학위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친정부모님께 할 수 있는 많지않은 효도중의 하나 라는 생각에,

또는 앞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힘을 내어본다.

 계획을 세우고 수를 놓다보니 하루의 문을 여는 새벽과 마주친다.

참으로 오랫만에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 순간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이 순간을 날마다 맞이하도록 하자.

 잠에서 깨어난 진영이가 아래층에 다녀오더니 냉커피를 만들어 가져다 준다.

이쁜 내딸.... 밤을 새우면서 두잔의 커피를 마셨지만 진영이의 마음이 고마워 또 마신다.

착하고 이쁘게 자라니 고맙고도 고맙구나.... 진영... ;)

  ''주옥같은 글을 [개미개미]에 남겨주어서 감솨~. 근데 이 글들을 따로 독립시켜서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드릴까? [미루의다락방]으로 해 가지고 말이야.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는 넘 과분합네다...(옆에서 이~쒸 하는 [꽃다지]. B) )''

     ''싫어요~ 싫어요....^^저는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은걸요....꽃다지님과 정성빈님의 문패가 미루의 문패와 함께 마치 옆집,앞집,뒷집처럼 있는게....^^''''주옥같은 글''''이라는 표현은 너무 과분합네다...^^ 점점 소풍방보다 이곳,다락방이 좋아집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콩콩거리며 다락방으로 올라오게 되니.....'' ;)

=== ♥. 2003,8,18,월요일. ===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싶다. 아니, 동굴에서 한발자욱도 나가기가 싫어진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심지어 아이들에게조차도- 동굴에만 있고싶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빗소리만을 듣고싶으면 CD플레이어의 전원을 끄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비의 품에 푸욱~ 안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수를 놓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고 동굴바닥에 누워 눈을 감기도 하고....

그런데, 곧 어르신들 점심을 차려드려야하고, 과외도 가야하니.....

조선대에 시간강사들의 노조가 결성이 되었다.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을 방학이 시작되는 무렵부터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었다. 무슨이유로 결성이 되었는지 관심도 없었지만....알고보니 이번학기부터 5년이상 강의를 한 시간강사들을 학교에서 정리를 한 모양이다. 학교입장에서는 다른사람에게도 강의를 할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4년째에 들어서니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니라 곧 내 문제이기도 한데

노조에 참여해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돈'''을 벌어야겠다고, '''돈'''이라는 것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몰두하는 것은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겠기에....늘, 아이들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도움을 주는것이지 그 다음부터는 대학을 들어가든 그렇지않든 스스로 책임지는 자립을 해야한다라고 말을 한다. 아이들이 아니라면 이렇게 '''돈'''이라는 것에 끌려다니지는 않을텐데... 그럴필요가 전혀 없을텐데...점점 옷에 대한 욕심이라든가,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니까...

학교측에서는 내년부터 강의를 잘 하거나 기타 다른 조건에 맞는 강사들에게 외래교수라는 자리를 마련해 일정한 급여를 주는등 겸임교수와 같은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이라한다. 그때가봐야 알겠지만 만약 그 제도가 생긴다면 지금보다 조금 안정이되는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못한다 할 지라도 실망할 일은 없다. 신체 건강하니 무슨 일인들 못할까.....

돈걱정 없이 어르신들 모시고,아이들 바르게 키워내고,수를 많이 많이 놓으면서,읽고싶은 책도 원없이 읽으면서 살고싶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 한데....^^ 책을 쪼금쪼금 읽으니 머릿속이 텅텅 비는 듯하다. 이러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지면 어떡하지.....? ;)

소풍방에서는 내보일 수 없는 나를 보일 수 있어서 나는 '''다락방'''이 동굴처럼이나 좋다.

=== 2003,8,28,목 ===

여성취향으로 달라져있는 남편의 전화기화면, 전화기를 잠궈놓은 비밀번호 장치, 등등.....늘 그랬듯 육감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 사랑에 대한 그의 부유는 과연 언제쯤 끝나게 될까...? 이젠 그런감정들이 그렇게 값어치가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그는 아직도 모르는 걸까..? 차라리 그가 찾는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만나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겠다 한다면 부부의 연을 정리하고 친구와 같은 관계로 남을 수 도 있을텐데....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떨림에 그는 언제까지 잡혀있을텐가....? 그리고 언제까지 나는 그의 저런 모습을 기다리며 보아줄 수 있을것인가...?

한숨처럼 왔다가는 이승의 삶.... 그리 마음 상해 할 일도 아닌 것이겠지... 괴로워하는 내 마음도 그저 집착에 지나지 않는것을....

흘러가게 하자...흐르게 하자.... 그렇게 흐르다보면 닿는 곳이 있을테지......

 ''미루님.... 당신의 절절한 마음, 흐르는 강물처럼 감정을 흐르게 하려는 마음이 날 기어이 울리고야 마네요... 당신이야말로 하늘에 있는 별을 가슴에 품은 사람입니다. 하늘의 상이 크리라 여겨 봅니다...'' --[꽃다지]

 ''[미루]씨.....................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얼마나.... [미루]씨... 너무 무거우면 그냥 내려놔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정성빈]

     ''남편의 그 사실을 알게되고 한나절 정도 힘이 들었지만 그 후부터는 또 마음이 잠잠해지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를 대했습니다. 제가 괴로워했던것은 결국 제가 만들어낸 번뇌때문이었습니다. 결국은 내가 만들어낸 관념때문에 내가 그 속에 갇혀 목을 조이는것을.... 남편이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제 욕심이며 제 집착입니다. 그냥....그의 감정이 흐르는 것을 그의 다른 모습처럼 바라보겠습니다. 이제...그 일은 제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사랑,미움,질투....이러한 모든 감정을 불러들이는 제 자신을 다스릴 일입니다.''

=== 2003,8,29,금 ===

골목이 내다보이는 동굴에 앉아있자니 정장을 한 남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재킷왼쪽 깃에는 광주은행 뺏지가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 은행에서 찾아와 남편대신 빚재촉을 당한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싫어서 교영이를 대신 내보냈다. 부모님 모두 집에 없다라고 하라는 거짓말까지 하게하고..... 은행직원과 교영이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오는데...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 교영이에게 못할 짓을 시켰다는 생각....이리저리 둘러대느라 난감해하는 내 아들 교영....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교영아.... 정말 미안해..." 아~~~! 어서 50대가 되고싶다. 시골에서 수를 놓으며 한가로이 지낼 수 있는, 세상사의 어지럽고 복잡하고 기기묘묘한 일일랑은 강건너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는.......

  어르신들 아침밥을 챙겨드리며 교영과 현정에게도 밥을 차려주었는데....밥을 먹다가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는 내아들, 교영....갑자기 내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는다. 내가 어쩌자고, 나만 생각하고 착하디착한 우리아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했을까... 교영이는 무슨걱정이 있는지 그 사람이 무슨일때문에 왔느냐고 묻는다. 돈을 내지 않아서 왔느냐고....아들의 말에 아니라고....그건 나두 잘 모르는데 돈때문에 그러는것은 아니라고....네게 거짓말을 시켜서 미안한데 그냥 엄마가 낯선사람을 만나기 싫어서 그랬던거라고.... 은행직원은 교영이에게 부모인 우리둘을 데리고 갈수도 있다고 했다한다. 그게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었으니 교영이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그 은행직원도 참 못됐다. 그런말을 어린 아이에게 하고..... 교영이를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었더니 어느새 우리아들은 예전처럼 밝은아이가 되었다. 다행이도.... 친구와 놀러나간다는 교영에게 3000원을 주었더니 신이나서 놀러나가는 발걸음이 폴짝~폴짝~~! 아이들에게 마음아픈, 상처가 되는 일들은 겪지않게 해야지...어떻게하든지간에.... 내 아이들만은....., 그런데...그런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그저 집안에만 있고싶다는.... 가끔씩은 외부사람을 만나기가 싫어 등기우편을 가져오는 우체부에게도 집에 없는척, 기척을 하지 않는다. 우리식구외에 그 어떤 사람도 만나기 싫을 때가 있다... 동서들마저도.... 이러면 안되겠지...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지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것을......그래,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망이라는 것에 빠져들 수 가 없지... 그 어디선가 희망이라는 것이, 힘이라는 것이 샘처럼 솟아나는 것을.... 나를 살게하는 우리 아이들- 진영,교영, 현정..... --13 : 20

       아침이 되어 어머님 방문을 열면 잘 주무셨냐는 인사와 창을 활짝활짝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음 어머니의 기저귀를 가는일이 맨처음 하는 일이다. 기저귀를 보니 대변을 누우셨다. 환자이니 냄새가 나지않게 늘 신경을 써야해서 기저귀를 갈때마다 젖은수건으로 닦아드리는데 우리 어머니 오늘은 세수도 하기싫다 밥도 먹기싫다신다. 그러면 안된다며 달래어보지만 막무가내신 어머니.... 드디어는 우리아이들이 잘못했을때 야단치는것처럼 큰소리로 어머니께.... 어쩔수 없이 힘에 밀리어 말을 듣는 어머니... 아침을 드시지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한그릇을 다 비우시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어르신들은...내가 보살펴야할 대상이 되어있다...마치 내게있어 우리아이들처럼....몇년전 남편과 헤어져야겠다는 결정을 내릴때마다 아이들이 걸려 그렇지 못했듯 이제는 어르신들이 예전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걸려온다. 내게 저렇게 의지하시는 어르신들을 놔두고 내가 어딜갈 수 있을까...... 오늘도 할아버지는 내가 누구냐는 장난기있는 내 질문에 큰손부라고 대답하시면서 하시는말...."니가 일등이여......" 할아버지가 안계실때........나는 웃음을 지으시며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가 참 많이 그리워질거라는 생각이 든다....나를 제일로 여겨주시는 할아버지를....."이 새끼야....니가 불쌍해서 어쩌냐...."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도.......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잘 해드려야겠다. 그분들 보내고 못해드린 일이 마음에 오래도록 가시처럼 걸려있지 않도록..... -- 14 : 25

=== 2003, 9, 1, 월 ===

1,2교시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자신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없다고 하라면서 웃으며 말하는 남편.... 기저귀를 갈기위해 옆으로 눕게하고 엉덩이를 닦아드리려고 물수건을 가지러간 사이 그냥 그대로 요에 오줌을 누워버리시는 어머니.... 이제 어머니는 그런느낌까지 없으시는 것일까...? 오줌이 마려우면 얼른 바로누워서 바닥에 대어져있는 기저귀에 해야지 그냥 그대로 했다면서 나도모르게 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했다. 어머니 식사를 드리는데 열려진 문으로 흘낏 남을 바라보듯 지나쳐가버리는 남편..... 가슴이 답답해져오면서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남편때문이었을까....? 아님, 어머니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오면서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아무도 없는 산골에 당장이라도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람을 만나는것이 귀찮고 싫다. 이게 우울증의 초기증상인걸까...? 일을 마치고 동굴로 들어와 문을 닫고 음악을 아주 크게 틀었다. 이웃집에도 들릴만큼.... 그러더니 터져나오는 울음.... 이 좁은 동굴도 벌판처럼 너무도 넓고 황량해 책상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의자를 책상앞에 붙여 차단할 수 있는대로 차단을 했다. 그순간 나를 위로했던 것은 cesaria evora 뿐이었다. 자꾸만 시도때도 없이 울먹울먹해지니 문제다. 어서 밝음을 되찾아와야 살 수 있을텐데.... 영화, 데이빗게일의 대사가 떠오른다. 죽음도 선물처럼 느껴진다.....라는......

    며칠전 학부장과 함께하는 영문과 시간강사들의 모임이 있었다. 점점 분위기는 참으로 웃기게 돌아간다.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어야함에도 바로 맞은편에 앉은 선생하고도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안면이 있는 사람과는 그저 눈인사만..... 겸임이 된 영문과선배는 거들먹거리며 대단한척....보기싫은 모습....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모자란 것인지 .... 교수 답지 않은 교수하고는 어떻게 화애를 해야할까.....그것도 문제이다.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모른채 살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아.... 내가 사회 부적응자가 맞긴 맞나보다...- 14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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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너를 보러 다락방엘 들어오니 그 어디엔들 네가 보듬고 가야 할 깊은 슬픔이 묻어있질 않는 곳이 없구나.

천장에도,사방에 벽에도, 모서리에도, 문틈에도, 창문가에도 네가 떠안은 깊은 서러움이 둥둥 떠다니고 있구나.

어떡하니.. 우리 미루 힘든 것 짠해서 어떡하니? 갑자기 하늘이 원망타. 사람에게 시련은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것만을 준다고 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하지 않을까...

널 도대체 얼만큼 마음을 단련시켜 어디에 쓰시려고 하는 걸까? 니 곁에서 안타까움만 쌓으며 난 이렇게 무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구나.

미루, 더 이상 네가 혼자 안씨 집안의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마라. 하지만 다른 방법이 보이질 않다구?... 그런가?

적어도 네 남편에게는 아내로서 요구하고 따질 건 따지고, 짚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야 해. 그래야 네가 무너지지 않아.

너 무너져 내리면 아프신 어르신들과 사랑하는 아이들은 누가 보살펴야 할까?

네가 마음이 황무지되고 사막이 되어 찬바람만 불고, 더 이상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면 도저히 희망이 보이질 않는거잖아.

그러기 전에 남편에게만큼은 터뜨려야 해. 네가 기댈 곳이 필요하잖아...

너도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힘들다고 날 도와달라고 말해야 하잖아. 남편에게까지 강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구.

안 그럴까? 우리 미루님, 여기 다락방에서나마 그대의 아픈 마음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고맙구 그래. 내가 미루 맘 안다고 해서 아무 도움도 못주지만, 미루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래. 눈을 뜨고서 널 향해 지금 이 순간도 기도한다.

모든 일이 하나씩 하나씩 잘 해결될 날이 하루 빨리 오게 해달라고.....

너랑 만나서, 에보라의 노랠 크게 틀어놓고 정말 크게 울고도 싶어지는 밤이구나..

부디 힘내길... 고작 이 정도의 형편없는 소리밖에 못하는 내가 미워지는구나....

      ''그도 그 나름대로 힘이 들테니...., 그에게 나마저 힘들게하면 그는 쓰러져버리고 말것 같아... 감정의 기복이 많은 나잖니....^^ 너무 걱정하지마... 지금은 낮보다는 조금 괜찮아... 그 어떤 일도 네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 너무 염려하지마.... 나는 내 밝은모습을 믿는단다..... 괜찮아 질거야...괜찮아 질거야...그럼 괜찮고말고..... 잘 살아보도록 애쓸께......논문이 손에 잘 안잡히니 걱정이다.... 시간은 가고만 있는데...친정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싶은데 쓰지못하면 어떡하지...? 아~~~! 바보 미루~!!! - 23 : 25''

=== 2003, 9, 26, 금 ===

 참으로 오랫만에 문을 연 다락방.... 여전히 느껴지는 포근함.... 아마도 그동안 너무나 여러가지것들을 밖으로 쏟아놓는 내자신이 싫어 다락방으로의 발걸음을 하지 않았던 것일게다. 유난히 밝고 힘찬 오늘의 아침.... 감사하며 살아야지....

== [미루]에게 ==

주인보다 손님이 먼저 글을 쓰는군요. :) [개미개미] 최초로 집을 지은 [미루]님...환영합니다. --[정성빈]

''인테리어의 비결''은 별것 아니구요, '''Edit Text''' 눌러 보면 어떻게 대패질 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위키위키]가 별것 아니구요 요럴 땐 어떻게 했더라? 하고 따라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중요한 건 알맹이죠. ;) --[정성빈]

''아하~! 그렇군요...^^'' 그치만 아직은 [위키위키]가 대서양만큼 거대한 바다처럼 생각이 듭니다. 쫌더 쫌더 여유로워지면 [위키위키]바다에서 자유영 연습에 들어가겠습니다..^^ 아직은 발차기로 만족할께요...^^ ;) --[미루]

 ''네네~~~ 전혀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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