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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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불혹(四十不惑) 마흔에 혹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흔히 사람들이 언급하듯, 나이 마흔이 되면 자동적으로 주위의 어떤 것에, 혹은 내면의 어지러움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마흔이 가까워지니까 더욱 절감하는 것이지만, 대개 사람은 마흔 쯤이 되면 모든 것에 혹하게 된다. 스물 나이에 가졌던 이상과 서른 나이에도 간직하고 있던 의지가 흐물흐물 풀리기 시작한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자세를 세속적인 성공, 평판, 위계 들에 적용한다. 속물주의?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든다.

그러므로 공자의 사십불혹은 내면적 성장의 한 고비를 극복한, 승리의 선언이다. 그리고 후학들에게는 스스로를 겸허히 돌아보게 하는 경구가 된다.

함석헌이 가던 길에서 빗나간 것도 사십대의 일이다. 자기를 이기는 길에 방심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다. 비겁하지만 조심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오십, 육십, 칠십도 마찬가지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 아름다운 열매는 그냥 열리지 않는다.

오십이순(耳順) 쉰 나이에 귀는 부드럽지 않다. 보통은 노욕이 첫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지식과 상식, 가치관, 세계관 등이 나름의 자기체계를 공고히 하여 선입견으로 굳어진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귓등으로 흘려 듣는다. 한국의 직장에서는 간부급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창조적인 변혁보다는 기존의 체계를 공고히 하는 데 열중하고, 밑에서 올라오는 유연한 의견을 뻣뻣한 귀로 튕겨내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육십지천명(知天命) 천명을 알기는 커녕 노욕에 더욱 함몰되고, 자기류의 확신에 더욱 갇혀 있기 쉽다.

칠십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범인들은, 움직이는 대로 허물이 아니면 다행이다. 이 허물은 먹물 묻은 족속일 수록 더 심하다. 차라리 어설픈 지식의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섭리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때에 맞추어 식물이 익어가듯이.

그러므로 공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나이를 거꾸로 먹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시간 흐르고 나이 들수록 썩어버리지 않고 아름다운 열매로 익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