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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동 주택가로 이사오면서 텃밭을 갈게 되었다. 마침 이 때는 카메라가 고장 나 있는 시기라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이 텃밭이라는 게, 집에 붙어 있는 나대지이다. 집주인이 이 빈터의 땅주인이기도 해서, 1층 2층의 세입자와 3층의 주인이 조금씩 심심풀이로 푸성귀를 심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맡은 땅은 한평 반에서 두 평쯤 될 듯하다.

3월 30일, 어머니께 씨앗이랑 깻묵 등을 얻어다가 우선 호박을 두 구덩이 심었다. 삽 하나와 호미 둘을 철물점에서 9천원에 장만해서 근 10여년 만에 삽질을 했다. 옛 솜씨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흙은 부드러운 편. 하지만 돌이 많고 나무토막이나 굵은 못 같은 공사장 폐품도 나온다. 지렁이, 땅강아지 기타 움직이는 생물들은 보지 못했다. 전혀 없는 것일까? 날씨 때문인가? 이상한 일이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호박과 옥수수(다 내가 심어보려고 하는 놈들인데)는 열매가 맺지 않는다고. 상추, 쑥갓은 잘 되고, 고추도 잘 익지는 않지만 풋고추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걱정 말라신다. 호박 구덩이 옆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시로 묻으라신다. 고양이가 못 파게 깊이. 과일 껍질은 안 썩으니 제외하고.

구덩이당 호박씨를 열댓개쯤 꾹꾹 눌러 심고, 굴러다니는 비닐 조각으로 덮고 벽돌로 눌러 주었다. 물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냥 하루 지난 다음에 주었다.

옥수수 씨앗을 빼놓고 와서, 이번 주 일요일에 받아다가 완두콩, 근대, 상추랑 심어야겠다.


일요일(6일)에 받아온 씨를 8일 경에 뿌렸다. 보슬비가 내린 다음. 옥수수, 강낭콩, 근대, 상추, 배추.
옥수수는 40~50센티 간격으로 살살 호미로 구멍을 파서 씨앗 2~3개씩 묻어 주고, 옥수수와 옥수수 사이엔 강낭콩을 심었다. 나머지 작은 씨앗들은, 삽으로 땅 한번씩 뒤집어준 다음 적당히 고르고 그냥 위에다 슬슬 뿌렸다.
그런데 이 씨앗들이 오늘(13일)까지도 싹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식목일에 아이들이랑 밭에 심었던 해바라기들도 감감 무소식이고.
초짜 얼치기 농사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03-04-13)


모의고사 보고 와서 물 뿌리고, 잡초 뽑았다. 싹이 어제부터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꾼의 실력이 드러난다. 조그맣고 파릇한 새싹들이 절도와 규모는 전혀 없이 오합지졸처럼 돋아난다. 너무 배게 몰려있는가 하면 너무 듬성하고. 상추, 배추, 근대, 쑥갓 들인 것 같다. 잘 자라주기를. 비소식이 있던데 내일 비 안 오면 물 한번 더 줘야겠다.

그나저나 호박, 강낭콩, 옥수수야, 너희들은 어떻게 된 거니? (03-04-17)

18일 이후 연 3일간 비가 온다. 때로는 보슬비 때로는 휘몰아치며. 저녁 예보를 들으니, 서울에 45밀리나 내렸다고 한다. 덕분에 '오합지졸'들은 신나게 자라고 있다. 씨 뿌리는 데만 급급해서 이랑을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최소한 가운데 한 줄의 배수로(겸 통로)는 만들어야겠다. 그 흙은 어떻게 처치할꼬?

우연히 다영이 책을 보았더니, 초등학교 교과서에 씨앗 심는 법이 상세히 나와 있는 것 아닌가? 흙을 깊이 뒤집고 돌을 골라내고 이랑을 만든다. 씨앗 길이의 2~3배 깊이로 심고 물을 충분히 준다. 비닐 등으로 덮어두면 싹이 빨리 난다. 작년에 받은 씨앗 아닌 금년 씨앗을 뿌리려면 냉장고에 1주일 보관한 후 뿌려야 싹이 잘 난다... 이 정도만 잘 알아두었어도 좋았을 것을. 나는 씨만 뿌리고 물을 주지 않았다.

17일에 호박씨 뿌린 곳에 덮어두었던 비닐을 걷어버렸는데, 어머니께서 다시 덮으라고 하신다. 다행히도, 호박이나 옥수수는 아직 싹이 나지 않는 게 정상이란다. (나는 이미 잘못된 걸로 알고, 금년 농사 작파하는 심정도 조금 가지고서 비닐을 벗겼던 거였다.) 비 그치면 다시 덮고 좀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2003-04-20)


며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다가 오늘 볕이 났다.
모처럼 밭에 나갔더니, 옥수수와 콩이 뾰족뾰족 솟아있다!
풀만 좀 매고. 저절로 자라는 것들이 이렇게 고맙고 든든할 수가 없다.


올 봄엔 비가 참 많이 온다. 봄가뭄이란 말이 무색하다. 덕분에 따로 물 줄 걱정 안 해도 돼서 좋다. 잡초들도 덩달아 쑥쑥 자란다.
계속 비가 온 것을 핑계로, 또, 모처럼 밭에 나간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들.

며칠 전 비 그치고 나가서 배수로 겸 통로를 대충 만들었다. 너무 배게 난 배추들 좀 솎아 주고.(솎아낸 어린 순들을 무쳐서 맛있게 먹었다. 다시 보니 상당히 더 솎아야 할 듯하다.)

호박은, 마땅한 비닐을 못 구하기도 했지만, 제가 때 되면 나오겠지 하는 심산으로 그냥 방치해 두기로 했다. 역시 싹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옥수수와 콩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오늘은 화훼시장에 가서 모종을 몇 포기 사 왔다. 고추, 케일, 가지 각 5포기씩. 모두 3천원어치.

벌써 오월도 중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잡초들이 기승을 부릴 계절.
나는 "세상에 잡초가 어딨어? 저마다 자기 이름이 있는 생명들인걸. '잡초'는 인간 중심적인 분류지."라고 말하며, 풀이 나면 나는대로 대범하게 밭을 갈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내 아버지 웃으시며, "그 농사 볼짱 다 봤다."고 하셨다.

국립대학 교수 자리를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대안학교와 공동체 운동을 모색하고 있는 윤구병 선생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무슨 농법, 무슨 농법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농사 짓는 것을 우습게 알고 그냥 씨만 뿌리면 되는 줄 안다. 농삿일 중 풀 뽑는 일이 가장 힘든데, 그냥 두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여름철 풀은 돌아서면 막 자란다. 뽑고 뽑고 또 뽑는 것이 농사꾼의 일이다." 이런 요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내 밭에서야, 풀이 난들, 10분 이내에 해결이 되니까 걱정할 일 없다. (2003-05-11)


초보 농사꾼의 농사솜씨를 보고싶은데
그 옥수수형제는^^ 얼마나 키가 자랐는지도 보고싶은데...
새로운 사진이 없군요.
공부하시느라 틈을 내기 힘든가보군요...

교수자리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간 윤구병 선생이 참 부럽습니다.
난 언제 내려가나....손가락만 꼽아보지만...
아직, 한참은 있어야할듯...
흙집짓고, 흙 밟으며 살고픈데...
.........


03-05-26 비 그친 후 잡초만 무성하고


사진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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